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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밤이깊을수록결이드러난다. 낮동안미술관과전시장에서쌓인감각이어둠속에서다른속도로움직 이고, 그리듬을공연장과바가자연스럽게이어준다. 격식있는클래식공연에서시작해재즈즉흥으로넘어가 거나, 지역극단의연극을보고골목바에서배우들과마주앉는일은이도시에서드문경험이아니다. 중요한건 동선과타이밍, 그리고예매와예약의미세한간격을읽는감각이다. 정확한시간표위에서만가능한시간도있 지만, 비오는평일밤에만열리는바메뉴처럼우연으로남겨야좋은것들도있다. 밤을디자인하는기준 밤을기획할때는공연의밀도와술자리의길이를서로보완적으로배치해야한다. 100분내내집중을요구하는 오페라를보고또렷한싱글몰트를마시면좋지만, 그강도가겹치면피로가쌓인다. 반대로, 50분짜리독립극을 본뒤내러티브가약한칵테일바에서대화로공연을해설해주듯풀어내면, 경험의잔상이길게간다. 날씨도변 수다. 비가오는날의금남로는소음이줄고, 소리의여운이멀리간다. 이런밤에는현악중심의실내악이나재 즈트리오가어울린다. 뜨거운여름밤, 들뜬분위기에서는라틴이나브라스가있는클럽형라이브가힘을얻는 다. 또하나, 광주는중심지가넓지않다. 구도심의동명동과충장로, 금남로, 양림동이서로물리적으로가깝다. 늦 은시간대중교통배차를계산하면도보 10분, 택시 5분의차이가다음코스를살린다. 그래서공연장과바사이 의이동시간을 15분내로끊는것을기본원칙으로두면실패확률이줄어든다. 동선 1 - 클래식과단정한밤: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양림동으로 광주문화예술회관은일종의기준점이다. 기획공연이잦고, 오케스트라내한이나협연이있는날에는객석집중 도가높다. 금요일저녁 7시 30분, 100분안팎의프로그램이많다. 이럴때는공연전카페인섭취를줄이는편이 낫다. 앙코르까지집중하려면중간에물만한두모금. 공연이끝나면택시로 10분남짓양림동으로향한다. 차창 밖으로옛적산가옥지붕이보이면, 리듬을바꿀시간이다. 양림동의바들은소란스럽지않다. 온도낮은조명과음악, 그리고한두페이지로정리된메뉴판이밤을단정하 게마무리해준다. 클래식공연을본날에는향이겹치지않는술이좋다. 향신료가강한뉴아메리칸칵테일보다 스피릿자체의표정을살리는마티니, 하이볼, 혹은드라이한진토닉이무난하다. 첼로협주곡을들은밤에는오 크터치가강하지않은위스키가잘맞는다. 만약현악 4중주처럼음의간격을또렷하게느낀날이었다면, 싱글 몰트의캐스크스트렝스는오히려피곤할수있다. 43도전후, 깔끔한피니시가있는병에서잔두잔이면충분하 다. 양림동에서는몇몇바가일요일휴무를갖는다. 평일과주말의분위기가확연히달라, 대화가중요한날이면목 요일이좋다. 자리예약은 2인기준 8시 50분에서 9시 10분사이로잡아두면이동버퍼가맞는다. 월말에는단골 위주로메뉴가바뀌는경우가많다. 칵테일을주문할때공연얘기를던지면, 바텐더가그날의잔향에맞춰레시 피를조정해주기도한다. 예를들어쇼스타코비치가흐른밤, 묵직한바디를원한다말하면베이스를라이에맡 기고베네딕틴을한방울더해밸런스를세워주는식이다. 이런미세조정은메뉴판에적히지않는다. 귀가시간은 11시 30분전후가적절하다. 과음하지않고선명한감각이남을때밤이오래기억된다. 이코스의 장점은흥분과안정의균형, 단점은공연일정과예약이어긋나면첫단추부터흔들린다는점이다. 동선 2 - 금남로의연극과충장로의스피크이지 지역극단의연극은도시의표정을가장직접적으로비춘다. 금남로작은극장에서 70분짜리작품을본뒤충장 로골목의스피크이지로이동하면, 이야기의열이술잔에서식는다. 이구간은도보 12분내외. 공연이일찍끝날 수록바의첫테이블을잡기좋다. 연극을보고난뒤에는칵테일의개성이대화를도와준다. 주제가무거웠다면산도가살아있는사워계열이머 리를깨우고, 소품과움직임이중심이었다면향을층층이쌓는올드패션드변주가연출의구조와닮았다. 스피 크이지의특성상바텐더의질문이촘촘하다. 키워드를세개만준비해가면주문이쉬워진다. 예를들어, 가벼움,
시트러스, 허브. 또는달지않음, 스모키, 긴피니시. 공연의장면을비유로쓰면더욱좋다. “두번째장면처럼쓸 쓸하고, 마지막대사만큼마무리가또렷하면좋겠다.” 이런주문을해도낯설지않다. 충장로의일부바는플레이리스트를직접큐레이션한다. 연극의여운을일부러끊고싶다면, 라틴이나디스코가 나오는바를고른다. 그러나여운을살려오래이야기하고싶다면, 신스가적고어쿠스틱비중이높은곳을선택 한다. 화요일과수요일은손님이적어바와손님간대화가길어진다. 배우들이관객과마주앉는날도이즈음에 자주겹친다. 우연히같은바에앉게되면, 과도한칭찬대신구체적질문이더좋은대화를부른다. “두번째장 면전환때숨고르기가느껴졌는데, 템포를일부러늦춘건가요?” 같은질문은상대의시간을존중한다. 이코스의주의점은먹거리다. 연극전후로허기를다스려야술이부드럽다. 충장로에는늦게까지하는분식집 과작은이자카야가있다. 술전에튀김류를과하게먹으면산미있는칵테일의표정을놓치니, 소금간가벼운안 주위주가낫다. 공연테마가사회적이슈를다루었다면, 대화가장시간이어질가능성을염두에두고물을충분 히마시자. 밤의길이는체력에서결정된다. 동선 3 -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실험과동명동의자연와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광주의밤을확장한다. 미디어아트, 사운드퍼포먼스, 컨템퍼러리댄스가자주걸리는 데, 이프로그램들은끝나고나면쉽게말을붙들기어렵다. 뚜렷한줄거리대신감각의조각들이남고, 그조각 이밤사이변형된다. 이때는동명동의내추럴와인바가유효하다. 산미가열린와인이입을느슨하게풀어주고, 잔잔한펑크나앰비언트가생각의속도를늦춘다. 동명동의장점은골목간격. 목적지에닿았는데도자리없으면바로옆집으로옮기기쉽다. 자연와인은호불호 가강하니, 초심자라면품종과스타일을두가지로만좁히자. 예를들어, 라이트바디레드, 혹은오렌지와인. 스 킨콘택트특유의탄닌을싫어한다면명확히말해둔다. 병으로시키기보다는글라스두잔을순서대로, 서로다 른노트로맛보는게대화를만든다. 사운드퍼포먼스를보고온날, 첫잔으로는과일향이분명하고산도가높은 것을, 두번째잔은미네랄이또렷한걸추천한다. 혀의중심에남는감각이다른데, 이차이가공연의레이어를 설명하는은유가된다. 금요일과토요일마다동명동은붐빈다. 오후 9시이후합석을요청받을수있다. 합석이불편하다면예약시간대 를 8시 45분으로당기자. 공연이 8시에끝나면 ACC에서도보 15분, 골목을한두개가로질러도착한다. 빗길을 염두에둔다면편한신발을챙겨야한다. 슬리퍼나굽높은신발은경사로에서미끄럽다. 한여름에에어컨바람 이강한바도있으니얇은겉옷을넣어두면유용하다. 자연와인과안주는소박하게맞춰라. 치즈가좋지만, 세게숙성된하드치즈보다워시드계열이나산도있는생 치즈가내추럴의변덕을받쳐준다. 채소절임은소금기가과하면와인의텍스처를무디게한다. 올리브와너트, 얇은살라미정도면충분하다. 동선 4 - 재즈레코드바와심야식당, 상무지구의한밤 상무지구는회식동선이많다고생각하기쉽지만, 늦은밤재즈레코드바들이곧잘빛난다. 라이브가없는대신 턴테이블의바늘에서시간의결이나온다. 10시넘어서들어가 LP 재킷을골라보는재미가있고, 주인장이큐레 이션을건네주기도한다. 술은강하지않게, 두잔을한시간반에나눠마신다. 하이볼이나짧은니그로니가적 당하다. 너무진하게시작하면음악의미세한다이내믹을놓친다. 이구역의이점은심야식당과의연결이다. 자정넘어문을여는라멘집, 칼국수집, 국밥집이여기저기있다. 술 을마시고국물로끝내면다음날이가볍다. 재즈바에서라스트오더가 11시 30분쯤이면, 식당으로이동해 12시 10분전에자리를잡자. 이때는짠국물과기름진토핑을피하고, 맑은국물로정리하는편이숙면에유리하다. 라멘은소금베이스, 국밥은내장보다맑은사골. 술이조금남았다면식당에서추가하지말고, 물을충분히마셔 라. 그한잔이내일을결정한다. 주말에는대기줄이생긴다. 정확한동선을위해서는바에서의체류시간을 70분안팎으로묶고, 식당대기는 15 분을넘기지않겠다고정해두면스스로를통제하기쉽다. 일행이셋이상일때는템포가무너진다. 재즈바는작 은곳이많아넷이면대화가흩어진다. 둘이나셋이적다. 이코스의장점은유연성과복구력, 단점은음악감상
이대화의배경으로밀리기쉬운환경이라는점이다. 바텐더에게선곡에관해과도하게개입하지말자. 한장마 칠때까지기다리는예의가음악을더깊게만든다. 계절과요일, 날씨에따른변주 봄과가을은야외이벤트가잦다. ACC 야외무대의퍼포먼스나광주천변버스킹을만나는날이면, 계획을즉석 에서바꿔도좋다. 버스킹이다소거칠어도, 골목바에서음량을낮추고얇은술로이어붙이면전체경험이안정 된다. 여름은낮이길고밤공기가눅눅하다. 얼음이빨리녹으니칵테일은제법진하게부탁하되, 첫잔을빠르 게마시지말고 15분은간격을둔다. 겨울은이동거리를줄여야한다. 구도심에서만돌며안쪽테이블에앉자. 문앞은차갑고, 목이조여지면술이쓰게느껴진다. 요일은분위기를바꾼다. 화요일과수요일은여유롭다. 목요일은공연과바가동시에오피사이트활기찬데, 서 비스의리듬이가장안정적이다. 금요일은운이갈린다. 자리가없으면바로플랜 B로넘어가야한다. 토요일은 소음과에너지가높은대신우연이많다. 손님이많은밤에듣게되는옆자리이야기, 그건의외로이도시에대 한생생한주석이된다. 일요일밤의광주는평온하다. 일찍문닫는곳이많지만, 문을여는바의집중도가높고 대화밀도가높다. 비오는날은공연의감도가달라진다. 교통지연을감안해도착시간을 20분앞당겨라. 비소리가음악의오프닝 을깨트리지않게. 우산을바에들여갈때는물기를충분히털어입구에두고, 좌석에서곁에두지말자. 젖은우 산은테이블의공기를망친다. 대신젖은옷에맞춰바가온도를조금올려준다면, 그밤은오래기억될것이다. 예매와예약, 실패하지않는작은습관 가장흔한실패는공연이길어져예약시간이엇갈리는경우다. 해결책은세가지, 어디서든통한다. 첫째, 공연 장과바사이이동시간을지도보다넉넉하게잡는다. 10분으로표시되면 18분으로계산한다. 둘째, 바예약시간 대에 10분의유예가가능한지미리묻는다. 셋째, 같은동네에대체바한곳을정해두고전화번호를저장해둔 다. 바가만석이어도전화한통이면웨이팅시간을알려준다. 그 15분에길모퉁이카페에서물을마시며공연 프로그램북을다시읽자. 밤의결이한번더정리된다. 티켓은발권방식에따라동선이벌어진다. 모바일티켓이면공연시작 5분전까지입장이가능한데, 실물티켓 수령이라면 20분일찍가야한다. 수령시간에따라바예약도달라진다. 좌석도중요하다. 공연에서중앙열을고 집하다가동선이꼬이는경우가많다. 공연후바로이동해야한다면통로근처, 중간열이현명하다. 막공일에는 커튼콜이길어지니, 바에미리메시지를남겨시간을조정한다. 이런작은습관들이밤의결을지켜준다. 가격감각과예산, 그리고낭비를줄이는방법 광주의공연티켓은장르에따라폭이있다. 지역오케스트라정기연주는 2만 5천원에서 6만원대, 내한공연은 5 만원대에서 12만원대까지오른다. 연극은 1만 5천원에서 3만원대가일반적이다. 바에서는칵테일이 1만 2천원 에서 1만 8천원, 내추럴와인글라스는 1만 5천원에서 2만원대가흔하다. 두사람이공연과바를한번도는데총 8만원에서 20만원안팎, 선택에따라넓게달라진다. 중요한건총액보다배분이다. 감상에무게를둘밤에는티 켓에투자하고바에서가볍게, 반대로가벼운공연이면바에서탐색폭을넓힌다. 낭비를줄이려면주문순서를세심하게계획하자. 첫잔은취향확인, 두번째잔은확장, 세번째는정리. 세번째 잔에서모험을시도하면실패확률이높다. 처음부터컨셉칵테일이나고도수위스키로시작하면대화가짧아지 고, 밤의길이가확줄어든다. 대신첫잔은알코올도수 15도전후의저도칵테일이나하이볼, 두번째잔에서기 조를선명히하고, 시간이남으면반잔을나눠마신다. 일부바는하프포어를받아준다. 요청해보자. 둘이, 혹은혼자보내는밤의기술 동행과의호흡이중요하다. 둘이움직일때는공연전식사를가볍게맞추고, 관람중메모를최소화한다. 메모에 빠지면서로의감상리듬이어긋난다. 바에서는대화의턴을길게가져가되, 한번에두가지주제를넘지않는 게좋다. 공연얘기와하루의일상, 이두가지면충분하다. 셋이상이면사회자가필요하다. 순서와주제를정리
해흐름을유지한다. 다만, 이밤에는사회자의역할이과도할필요가없다. 음악이나술이자연스럽게흐름을바 꾼다. 혼자라면표정을자유롭게쓸수있다. 티켓을막바지에구해도좋고, 바에서는카운터에앉아작게주문하면된 다. 혼자일때더좋은코스는레코드바와자연와인바다. 카운터에서잔을기울이며음악을듣고, 재킷을훑고, 한두페이지책을펼친다. 요란한소셜을피하고자기속도로밤을쌓는다. 이때는마지막귀가수단을미리확인 하자. 택시는 11시이후호출이몰린다. 가까운정류장의막차시간을캡처해두면마음이편하다. 안전과예의, 도시와함께걷는방법 광주는비교적안전한도시지만, 밤의골목은어디나비슷하다. 큰길에서작은길로들어갈때이어폰은한쪽만 끼자. 공연장과바에서의기본예의도간단하다. 공연중촬영을금하고, 박수는악장사이가아니라지정된타이 밍에보낸다. 바에서향수는약하게. 강한향은다른손님의잔을건드린다. 카운터의개인공간을침범하지말 고, 옆자리와의간격을지킨다. 바텐더의손놀림을사진으로찍고싶다면반드시허락을구한다. 잔을비운뒤에 는물한잔으로마무리하고, 자리정리를돕는다. 이도시에대한예의는밤의질서를만든다. 날것의순간을위한비밀포켓 계획이아무리좋아도밤은예측을벗어난다. 좋은날에는예정에없던세션이열리고, 바의손님이 LP 한장을 선물하며이야기가길어진다. 나쁜날에는공연이취소되고, 예약한자리가꼬인다. 그럴때를위한비밀포켓을 하나만들어두자. 지갑속에작은종이, 세줄의리스트. 최근에읽은문장, 꼭듣고싶은곡, 다시마시고싶은술. 공연이취소되면그문장을들고가까운카페로간다. 곡을찾아듣고, 조용한바에가서술을천천히마신다. 계 획이무너지는밤이꼭나쁜것은아니다. 오히려도시가말을걸어오는시점은그런틈에서온다. 간단동선추천, 상황별한줄버전 집중이필요하고다음날일정이있는평일: 광주문화예술회관 19:30 공연 - 양림동드라이칵테일 2잔 - 23:15 귀가짧은연극과깊은대화가목표인목요일: 금남로소극장 20:00 - 충장로스피크이지 - 산미있는 사워 1, 클래식변주 1 실험적공연뒤감각을풀고싶은금요일: ACC 컨템퍼러리 - 동명동내추럴와인글 라스 2 - 가벼운안주음악이주인공인토요일: 상무지구레코드바 - 하이볼 - 심야맑은국물 이네줄은어디까지나시작점이다. 같은도시, 같은공연, 같은바에서도밤의결은매번달라진다. 그변주를즐 기는요령은단순하다. 너무많이계획하지말것, 그러나결정적인두세포인트는단단히잡을것. 공연의시작 시간, 이동의창, 첫잔의톤. 이세가지만지키면나머지는밤이알아서채운다. 마지막으로남는장면 기억에남는밤은늘사소한장면에서나온다. 양림동바의창가에서빗방울이유리위를내려오는소릴듣던순 간, 금남로극장앞노점에서붕어빵을나눠먹으며배우의호흡을이야기하던틈, 동명동골목에서길을묻는여 행자에게바의위치를알려주고돌아서던발걸음. 도시의문화는건물과프로그램사이가아니라, 그사이를오 가는사람들의걸음에서완성된다. 광주의밤은그래서걷는문화다. 공연장문을나서서바의문을열기까지, 열 걸음, 스무걸음, 그사이에도시가있다. 오늘밤도누군가는그걸음을새로배운다. 당신의걸음도오늘, 조금 더자신만의리듬을얻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