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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의광주는분주하다. 금남로의신호등은예민한사람의호흡처럼빨갛게, 초록으로번갈아뛰고, 문화전당앞 잔디광장은약속과전화와배달오토바이가얽힌작은소용돌이다. 저녁이지고, 강과저수지, 하천과호수로뻗 어있는수변길이차례로조명을켤때쯤, 도시의긴장이조금씩풀린다. 거기서맥주한캔을꺼내는일은별것 아닌듯하면서도묘하게의식처럼느껴진다. 소리대신냄새로, 속도대신온도로하루를정리하는시간이다. 나 는광주에서몇해를살았고, 퇴근이늦거나머릿속이산만해지는날이면자주수변길을찾았다. 이글은그때의 발길이쌓은지형도이자, 뒤늦게익힌밤산책의요령과작은발견들에대한기록이다. 어느밤의좌표, 영산강에서시작하기 광주에서가장큰물줄기는영산강이다. 도시서쪽을느릿하게휘돌아남하하는강은, 같은도시라도시간대에 따라표정이달라진다. 해가지고강변이긴그림자속으로들어가면, 달빛과가로등이번갈아수면을긁는다. 풍 암동쪽에서시작해승촌보방향으로걷는구간은바람이정면으로들어오는날이잦다. 물냄새가질척일것같 지만물길이넓고유속이완만해서인지오히려금속성냄새가희미하다. 겨울에는볼이얼얼해지고, 여름에는 옆에서잠자리들이눈앞을스치고지나간다. 강변산책로에는보폭을맞추기좋게흰선이칠해져있다. 자전거와보행구간이분리되어있어편하지만, 밤에 는자전거속도가빨라지니한번쯤뒤편을확인해주는습관이안전을지킨다. 나는강변마켓에서맥주한캔을 산뒤, 휴지와작은봉지, 얇은패커블방석을챙긴다. 방석은과하게보일지몰라도, 강변콘크리트난간이의외 로차게식어있어 10분만지나도다리가금세싸늘해진다. 맥주는 355ml 한캔이면충분하다. 강바람을맞으며 마시는술은도수가빨리오른다. 나는처음몇모금은그냥넘기고, 그뒤에는한모금을혀끝에살짝올려둔뒤 삼킨다. 알코올보다탄산과홉향이먼저올라오고, 용인오피그사이에바람이목구멍을식힌다. 강을따라걷다보면조명아래날벌레무리가일시적으로뭉치는구간이있다. 쏠림현상은특히습한밤에두드 러진다. 그럴때는조명바로아래를지나기보다, 빛이희미해지는테두리를타고걷는다. 별것아닌회피동선 하나로옷에달라붙는번거로움을줄인다. 합수부근처에는물살소리가굵다. 맥주를반쯤남겨둔채로그소리 에딱맞춘속도로발을옮기면, 걸음과심박이동기화되는느낌이든다. 목적지없이걷는밤에는이런작은리 듬이방향을대신한다. 풍암호수공원, 호수가장자리의둥근시간 풍암호수공원은광주에서밤산책으로가장안정적인선택지다. 호수둘레길은대략 3.2km, 빠르게걸으면 35분, 천천히돌면한시간조금넘는다. 바닥은고른포장이고, 구간마다벤치가충분히놓여있다. 가족단위가많아도 밤 9시가지나면발걸음이느슨해진다. 호수중앙의분수는계절과시간대에따라운영이달라지지만, 작동하는 밤이면수면위로뿜어오른물기둥이주변소음을눌러준다. 이런백색소음은생각을덜뾰족하게만든다. 호수수변에앉을자리를고를때나는조명과시야각을먼저본다. 지나가는사람들의동선을정면으로마주보 는자리보다, 30도쯤비껴나는자리가편하다. 정면은시선이너무자주맞게되고, 완전히등을돌리면뒤가신 경쓰인다. 비껴앉으면인사도, 회피도수월하고, 맥주를마실때어색함이덜하다. 풍암호수에서는캔을따는 소리하나에도누군가의눈길이잠깐붙는다. 그런소소한시선을막아주는건, 놀랍게도호수에비친조명반사 다. 물위로길게끌리는빛이시선을흡수하고, 사람들은대개그반사를본다. 내손에들린캔은초점밖으로밀 려난다. 늦여름어느밤, 호수남쪽둔덕에서자리를잡았을때였다. 옆벤치에앉은중년부부가과자를나눠먹으며말 없이물결을보고있었다. 남자는캔을반쯤들었다놓고, 몇번이나다시손을뻗었다. 미세한갈등이손목에나 타났다. 결국그는캔을열고한모금을마셨다. 그뒤로둘은거의말을하지않았다. 대신호수를한바퀴더돌 고돌아와자리를바꿔앉았다. 그작은동작이말보다많은걸알려준다. 밤산책은화해의최단거리일때가있 다. 조명, 물, 한캔. 사람과사람사이의간격을조절하는데이보다더간단한조합도드물다. 동천과광천천, 생활반경의물길들 도시의하천은일상과가장가까운물이다. 동천은수완지구에서장등동쪽으로이어지는길이편하다. 직선구 간이많고, 다리간간격이일정해서페이스를유지하기좋다. 퇴근하고향한밤 10시쯤, 사람은거의없고가끔
조용한전동킥보드가지나간다. 하천에내려서는램프구간이길지않아오르내리기수월하고, 몇몇구간에는 운동기구가비치되어있어어깨를푸는데도움이된다. 손에든맥주를벤치아래그늘에잠깐숨겨두고, 어깨 스트레칭을 1분만하고돌아와도맛이달라진다. 근육이풀리면체온분포가변하고, 같은맥주가좀더부드럽 게넘어간다. 광천천은서방시장쪽으로내려서는길이좋다. 팔달교인근에서냄새가조금날때도있지만, 비온뒤에는물빛 이맑아지고소리가깨끗해진다. 이구간은나무가많아서여름에는벌레가더들끓는데, 대개는빛아래에모이 므로조명사이를건너뛰듯걷는다. 광천천변에서자주보는장면은혼자걷는학생과통화중인누군가다. 비슷 한속도로걷다보면통화내용의끝부분이귀에들어오곤한다. 시험얘기, 야근, 반려견병원예약, 그런흔한이 야기들이왠지밤에는덜무겁게들린다. 말하는사람도듣는사람도, 한쪽귀는물소리에열려있기때문이다. 물소리와인간의말소리가겹치는곳에서는감정의모서리가둥글어진다. 하천길의매력은반복에있다. 다리의간격, 계절별물빛, 고개를들면항상그자리에있는아파트외벽. 반복은 지루함이아니라비교의원천이된다. 어제보다오늘의바람, 지난주보다이번주의수위, 작년같은날의온도. 그비교가쌓이면생각의속도가줄고, 판단이단정해지지않는다. 맥주한캔은그느린비교에맞는속도다. 한 캔이두캔이되는순간, 비교는풀리고생각은둔탁해진다. 나는하천에서는거의늘한캔만들고나간다. 빛과그림자, 밤산책의디자인 수변길의조명은의외로섬세하다. 높이 3m 안팎의저조도보행등이일정간격으로놓여있고, 일부구간에는난 간조명이추가된다. 이조도는독서를하기에는부족하지만표정을알아보기에는충분하다. 사람을보호하되, 생각의그림자를남길정도의여유를준다. 사람은완전한밝기보다불연속의밝기에서안심을느낀다. 빼곡한 조명아래에서는자신의실루엣이지워지고, 어두운구간에서는외부의감시가완전히사라진다. 두상태의교 차가긴장을갈무리한다. 비가그친직후수변길의조명은두배로밝아보인다. 젖은바닥이반사판역할을하면서발밑이한톤올라간 다. 이때마시는맥주는최대한천천히들이켜는편이좋다. 시각정보가풍부해진만큼미각이상대적으로둔해 지는데, 서두르면알코올이먼저앞서간다. 캔을들고있는손의온도를체크하는것도도움이된다. 손등이바람 에식어간다면체온손실이빠르다는뜻이고, 그때는걸음을조금더빠르게하거나, 캔을다른손으로옮겨균 형을맞춘다. 작은조정들이전체경험을바꾼다. 가끔은조명이고장난구간이있거나, 반려견을목줄없이데리고나온사람이있다. 익숙한수변길이라도긴장 을놓지않는편이좋다. 조용한밤일수록예기치않은변수가또렷하게다가온다. 바람이방향을바꿨을때흙냄 새가더진하게올라오면, 근처둔치에서누군가뛰고있다는신호일때가많다. 발놀림이강변흙을휘저으면향 이바뀐다. 무릎이예민한날에는이런냄새변화가피할타이밍을알려준다. 캔하나의무게, 취기가아니라흐름 맥주한캔은 350g 남짓이며, 들고걸을때무게보다부피감이더신경쓰인다. 손이바쁘면생각이단순해지고, 단순해진생각은몸의리듬을따라간다. 산책중마시는술은, 취하려고마시는술이아니다. 모서리를둥글게만 들고, 들어올린어깨를한칸내리기위한장치다. 밤산책을오래하다보면, 한캔의역할이알코올이아니라속 도조절이라는걸체감하게된다. 한모금을넘기고, 두걸음을내디디고, 세걸음째에숨을내쉰다. 입안의탄산 이기도끝에닿을즈음, 발바닥의감각이되살아나고, 시야가조금뒤로물러선다. 낮에는앞을본다. 밤에는앞 의뒤를본다. 조명뒤의그림자, 사람뒤의의도, 물결뒤의바람. 그뒤쪽을보는데맥주한캔이도움을준다. 예민한사람이라면, 캔을따는순간의소리를줄이는요령을배워두자. 탭을들어올릴때완전히젖히지말고, 절반쯤걸쳐이산화탄소가서서히빠지도록만든다. 손가락을덮어폭발음을절반으로줄이면, 주변의동물도 덜놀란다. 이작은예의는밤산책의질을좌우한다. 소음이적으면눈길도적고, 눈길이적으면마음도편하다. 도시의예절, 공공과개인사이 수변길의밤은공공의시간이다. 맥주한캔을들었을때, 내가가장신경쓰는건냄새와쓰레기다. 캔은내용물 을모두비운뒤가볍게흔들어, 남은거품이흘러나오지않도록한다. 가끔맥주냄새가벤치에묻어다음사람
에게불쾌감을준다. 야간산책객대부분은쓰레기통위치를안다. 하지만쓰레기통이가득차있거나, 뚜껑이닫 혀있을때가있다. 이럴때는잠깐번거로워도빈캔을다시들고걷는다. 맥주캔은대체로손을더럽히지않고 접을수있다. 윗부분을약간찌그러뜨려부피를줄이고, 가방측면포켓에넣으면이동이수월하다. 그렇게한 번제대로처리하면, 다음에도자연스럽게같은행동을하게된다. 나쁜습관도급속히번지지만, 좋은습관은서 서히오래간다. 또하나의예절은시선처리다. 밤에는표정이읽히지않아오해가쉽게생긴다. 지나치며짧게고개를끄덕이는 건괜찮지만, 오래바라보는건상대에게부담이된다. 반려견과함께걷는사람을만나면, 개와눈을맞추는대 신주인의발밑을보는게안전하다. 반려견은눈맞춤을신호로오해할수있다. 특히수변길처럼공간이좁은 곳에서는시선의방향이동선의의지로읽힌다. 내가그들을향해가는건지, 그저같은방향으로걷는건지, 두 세걸음이면갈림이생긴다. 밤에듣는물소리, 생각의여백만들기 광주의수변길은의외로소리의종류가다양하다. 강은중저음, 하천은중음, 호수는거의무음에가깝다. 분수대 나보근처에서는중고음의백색소음이생기고, 다리위에서는타이어가미세한고주파를만든다. 나는가끔이 어폰을귀에꽂고도음악을틀지않는다. 이어폰자체가음향의차단막이되어, 바깥소리가필터링된다. 그러면 물소리만얇게들어오고, 그얇은층위에서생각이미끄러지듯흐른다. 이런간접청취는맥주를마실때도도움 이된다. 혀에닿는자극이소리와균형을이룰때, 취기가아닌안정감이먼저온다. 한겨울밤, 영산강자전거길을걸을때, 얼음밭을밟는듯한소리가난적이있다. 바람이매서운방향으로바뀌 면풀잎끼리부딪히는소리가유리처럼울린다. 그날은맥주대신뜨거운보리차를들고나왔지만, 같은걸음을 다른음색으로채웠다. 취기없이도밤산책은충만하다. 맥주를고집할필요도, 금할이유도없다. 다만내몸과 밤의합을맞추려면, 자극의개수를조절할줄알아야한다. 소리, 맛, 바람, 빛. 네가지중하나라도과하면나머 지가묻힌다. 균형이핵심이다. 계절의바뀜을수변에서배우기 봄밤에는물가주변의흙이완만하게부풀어오른다. 낮에받은햇살이땅속에머물다밤바람에올라온다. 초봄 에는맥주를차갑게마시기보다, 손으로감싸온도를조금올린다. 찬술과찬공기가겹치면위가놀란다. 벚꽃 이번지는시기부터는수변길이갑자기붐빈다. 이때는길폭이넓어지는구간을찾아걷자. 교각사이에는서로 의속도가뒤엉켜마음이조급해진다. 여름밤은짧고뜨겁다. 수변은그나마열섬에서멀다. 모기가걱정이라면무향스프레이를발목과손등에만살 짝바른다. 목주변은땀과만나역효과가날때가있다. 맥주의차가움은달빛보다빠르게사라진다. 가능한한 그늘지고바람이통하는벤치에앉자. 등받이가메탈이면체온이더빨리떨어지고, 나무면느리게떨어진다. 20 분이상앉아있을계획이면나무를선택한다. 가을의수변길은걷는사람에게관대하다. 공기가얇고멀리보인다. 이때의맥주는향이살아난다. 가벼운라거 도몰트향이도드라지고, 홉의씁쓸함이길게남는다. 캔을따서절반은걷는동안, 절반은앉아서마시자. 두장 면의맛이다르다. 서서마실때는이산화탄소가천천히위로올라와코를세차게자극하고, 앉아서마실때는탄 산이입천장에붙어오래머문다. 겨울에는수변길의사람이확줄어든다. 장갑과넥워머는필수고, 탄산은더차갑게느껴진다. 이때는알코올도 수가낮은맥주나무알코올맥주가몸에덜부담된다. 얼어붙은공기와높은도수는궁합이어색하다. 몸이경직 되면균형감각도떨어지고, 미끄러운구간에서사고가날수있다. 겨울밤에걷다보면, 내발소리가과장되어 들린다. 그소리를일부러느리게만들면, 경직도풀린다. 박자를넓게, 호흡을깊게. 그리듬속에캔의무게가가 볍게녹는다. 혼자걷는법, 함께걷는법 혼자걷는밤은예민하다. 주변의모든것이신호가되기쉽다. 이때필요한건신호의서열을정하는일이다. 1순 위는발밑, 2순위는전방 10m, 3순위는주변의인물. 그다음이물소리와바람, 마지막이전화와메시지다. 이서
열을머릿속에세워두면, 놀랄일이줄어든다. 알림은최소화하고, 음악을듣더라도한쪽귀는열어두자. 맥주 를손에들고있을때는오른손잡이라면왼손에들고, 오른손은난간이나벤치등을짚을여지를남겨둔다. 균형 은작은습관에서시작된다. 함께걷는밤은더디다. 대화가걷는속도를조절한다. 누군가와걷는다면, 처음 10분은나란히걷되반발짝의 간격을둔다. 이간격은서로의보폭차이를흡수한다. 맥주는한캔을나눠마시는편이좋다. 각자한캔씩들면, 손이바빠지고대화가자주끊긴다. 한캔을번갈아넘어가게하면, 말을쉬는타이밍도자연스럽게만들어진다. 나눠마실때는입구를닦을수건이나티슈를챙기는게예의다. 별일아닌배려가대화의톤을부드럽게만든다. 광주수변길의작은포인트들 광주에서밤에걷기좋은수변길은몇군데가떠오른다. 구체적위치를모두나열할생각은없지만, 자주찾는지 점을몇가지힌트로남긴다. 영산강에서는승촌보상류 1km 구간에은은한조명이길게이어진다. 물안개가오 르는날이면한겹더쌓인듯한느낌이들고, 사진을찍어도과장되지않는다. 풍암호수에서는북서쪽작은섬 근처데크가조용하다. 발밑으로물이바로닿지않아벌레가적고, 뿌리노출이없어서걸려넘어질일이없다. 광천천은서방시장인근다리아래에반사판같은수면이생긴다. 교각이바람을막아주어늦가을에도생각보다 덜춥다. 동림저수지는차가있어야접근이편하지만, 밤에별을보기엔가장낫다. 저수지위로떠있는별빛과 시가지조명이두줄로겹친다. 다만, 이포인트들은계절과시간에따라표정이바뀐다. 비가온뒤, 행사나공사가있던주간, 혹은인근학교의 축제가있던날에는분위기가크게달라진다. 그변화를즐기려면, 예상과관찰을번갈아적용하면된다. 오늘은 조용할거라고생각했다가, 사람들로북적이면호수에서하천으로방향을바꾼다. 망설이는시간에발을옮기 자. 수변길의장점은대체경로가많다는점이다. 맥주고르기, 밤산책과어울리는라인업 밤산책에서맥주는가벼운것이좋다. 도수는 4도전후, 탄산은중간이상, 향은과하지않게. 라거계열이무난 하지만, 초가을에는페일에일이나세션 IPA도괜찮다. 홉향이선명하면공기와섞이는향기장난이재미있다. 다만쓴맛이강하면속을더부룩하게만들수있으니도수와 IBU를함께본다. 숫자를다외울필요는없다. 몇 번마셔보고, 내발걸음과맞는것을고르면된다. 밤산책의맥주는취향시험지가아니라리듬조절장치다. 맥주를너무차갑게마시지않는것도요령이다. 편의점냉장고에서갓꺼낸캔은 2도안팎이다. 손에쥐고 5분만 걷으면 4도, 벤치에앉아서너모금지나면 6도까지오른다. 라거는 4도에서 6도사이가향과탄산의균형이맞는 다. 맥주를들고일정하게걸으면, 자연스럽게이온도구간을통과한다. 굳이온도계를들이댈필요가없다. 혀 가기억한다. 몸과마음의속도를맞추는기술 밤산책에서가장많은실수는속도를잘못맞추는것이다. 하루의잔열이몸을뒤흔들고, 그여파로발걸음이빠 르거나과도하게느려진다. 좋은방법은첫 7분을체크인시간으로쓰는거다. 아무런결론을내리지않고, 오늘 의컨디션을묻는다. 발목의유연성, 햄스트링의긴장, 어깨의높이, 호흡의깊이. 이짧은점검뒤에야그날의맥 주와리듬이정해진다. 몸이타이트하면라거한캔을느리게, 만약이미안정적이라면무알코올맥주로도충분 하다. 간단한기준인데, 지켜보면효과가크다. 맥주의마지막모금은앉아서마신다. 걷는동안대부분의감각이외부로열려있다가, 앉으면안쪽으로접힌다. 앉아있는 3분동안호흡을길게네번만한다. 마지막숨을내쉴때혀끝에남은쓴맛이천천히사라진다. 이사 라짐을감지하는훈련은밤산책의피날레다. 사라짐이분명하면, 다음날아침이가볍다. 모호하면, 몸에잔여감 이남는다. 그렇게매일, 혹은매주몇번씩사라짐을느끼는사람은, 일과의굴곡에도덜흔들린다. 안전과자유사이의균형
밤산책에맥주가더해지면, 늘따라붙는질문이있다. 안전과자유의경계. 상식적인선을지키면둘은충돌하지 않는다. 혼잡한구간에서캔을들고뛰지않기, 자전거도로에들어서지않기, 가로등이끊기는지점에서는이어 폰을빼기, 낯선사람이오래접근할때는밝은쪽으로이동하기. 간단한원칙들이여유를지켜준다. 법적문제 는지역과상황에따라달라질수있으니, 공공장소음주에대한지역규정을사전에확인하자. 수변길의분위기 는대체로관대하지만, 쓰레기문제나소란은즉시반감을산다. 무엇보다기억해야할건, 밤산책의자유는타인의자유와연결되어있다는점이다. 누군가는그날처음으로조 용한시간을얻었을지도모른다. 누군가는달려야하는계획이있었을수도있다. 각자의리듬이어긋나지않도 록, 우리는조심스럽게공기를나눠쓴다. 그조심성이축적되면, 도시의밤은더안전하고넓어진다. 끝에남는건풍경이아니라감각의합 여러해의밤산책끝에남는건특정한장면보다감각의합이다. 수면위로퍼지는빛의흔들림, 손끝을스치는 캔의양각로고, 멀리서들려오는자전거기어의얇은소리, 논둑에서한번에날아오르는백로의날개짓. 그모 든것을지나는동안내안에서쌓인침착함. 광주의수변길은이침착함을만들어준다. 강과호수와하천이각 기다른음색으로도시를식힌다. 맥주한캔은그음색에얹는작은악기다. 없어도곡은이어지고, 있으면곡의 질감이깊어진다. 나는종종늦은밤, 풍암호수데크난간에팔을걸치고마지막모금을천천히넘긴다. 호수중앙의조명이점점 낮아지고, 산책객이드물어지면, 도시의소리가멀어진다. 눈을감았다뜨면, 빛의길이살짝달라져있다. 이변 화가좋다. 큰일은일어나지않았지만, 작은변화가분명히있었다. 그정도면충분하다. 그날의밤산책은제역 할을다했다. 집으로돌아가는길, 빈캔의가벼움이손에남아있다. 그가벼움이하루의마지막무게를덜어준 다. 내일도걸을수있을것같다. 그렇게광주의수변길은, 밤마다작은회복을선물한다.